성매매방지법 시행 20주년 성매매경험당사자운동을 통해 본 성매매방지법의 성과와 한계
지음
일시 : 2024년 9월 11일(수) 14:00~17:00
장소 : 서울 강북 노동자 복지관 5층 대강당
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을 맞아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꽉 찬 강당엔 벅참이 차올랐습니다. 군산 화재 참사 현장을 목격하고 투쟁해 온 선배활동가들, 2004년 당시 법안을 만들었던 분들, 전국의 반성매매 활동가들,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학생들, 성매매 문제에 고민하며 온 시민들, 당사자임을 드러낼 순 없지만 뚝뚝 눈물 흘리던 분들, 그리고 뭉치 회원들까지, 2000년부터 2024년으로 이어진 한명 한명의 모습에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일본에서 연대의 마음을 전해준 ‘콜라보’ 니토 유메노 대표의 영상은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사회를 맡아준 이나영 교수님의 힘찬 구호로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성매매 경험 당사자로서 성매매방지법의 성과는 단연, ‘우리’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라 확신했습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가 성매매현장에 대해 발설하게 되었고, 18년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보내온 시간이 중요한 성과입니다. 한계는 우리가 성착취 현장에 대해 발설하며 증거해 왔음에도 아직 성매매여성을 처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뭉치의 거칠지만 다정한 활동을 소개하며, 뭉치의 역사를 전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로는 부산 자조모임 ‘나린아띠’ 백치 님이 현재 전국의 7개 지역의 자조모임을 소개했습니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회원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저는 발제를 들으면서 한 달에 한두 번씩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들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토론으로는 친족 성폭력 피해 당사자 운동을 전개하며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투쟁하는 푸른나비 님의 활동을 들으면서 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토론으로는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기억변신 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로 활동한 최윤정 님은 2015년 대구에서 진행된 뭉치 토크콘서트에 참여하면서 성매매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고백과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뭉치의 활동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토론은 여성신문 기자 이세아 님이 뭉치 발화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토론해 주었는데 우리 활동에 대한 응답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성매매방지법 20년을 축하하고, ‘우리’로 존재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연결되어 오늘이 만들어졌다는 감격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이든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 긴 시간을 존재의 실천으로 행동과 발설에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뭉치에게 소소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오늘 반성매매활동의 의미를 또 한 번 되새기고,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뭉치님들~~(라미)
#. 지음과 백치의 발제를 들으면서 그간 당사자 운동의 여정을 돌아볼 수 있었다. 뭉치는 처음에 같이 모이는 것을 시작으로 경험을 말하고 공부하고, 뭉치만의 해석으로 연결하고, 이후에는 사회를 향해 발설하고, 또 힘을 모아 국제적인 연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점점 확장되고 있는 뭉치의 에너지와 영향력이 느껴져 뭉클했다. 오늘의 성과에 스며있는 시간-내부에서 치열하게 질문하고 공부하고 토론했을 수많은 시간-을 가늠해 보면 뭉치의 활동이 더욱 고맙고 감격스럽다. 아마 그런 시간들이 지금의 뭉치를 만들지 않았을까. 오늘 토론회의 토론주제가 모두 성매매경험당사자 운동의 성과일 것이다. 앞으로도 지역의 당사자모임과 뭉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뭉치의 확장과 지속성을 응원하며 당사자 운동에 더욱 관심을 갖고 연대하자고 다짐해 본다.(진진)
#우리는 각자의 사황에서 누구나 당사자성을 지닐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해석하여 드러내고 발화하는 것은, 어렵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자의 경험이 타인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고 누군가에게는 비난과 평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잘못이라는 인식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오늘 뭉치 토론회는 벅참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역의 자조모임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뭉치가 되었고, 뭉치는 세계적인 연대를 통해 당사자 운동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저 개인의 선택과 잘못으로 당사자성을 가지게 되었다 치부하지 않고, 제도적 보완과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했을 뭉치들의 이야기를 날것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따뜻하면서도 뜨겁고, 진지하지만 유쾌하고, 부드럽지만 강단있는 뭉치를 응원하고,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라는 뭉치의 슬로건 처럼 그녀들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