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면접비중 높여 부적격자 탈락"
| 기사입력 2010-05-09 18:27 | 최종수정 2010-05-09 21:09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 많았다"며 검경을 강하게 질타함에 따라 두 기관은 고강도 쇄신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사 주체인 검경에서 비리 유착 등 매번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서 현 정부의 3대 비리(토착ㆍ교육ㆍ권력형 비리) 척결 노력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특히 G20 서울정상회의 개최가 불과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경이 또다시 공직기강 문제를 일으킬 경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총경급 간부가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경찰은 내부 기강 확립을 다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경찰 채용 전반을 들여다보고 '함량 미달'인 경찰을 걸러내겠다는 의지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찰시험에 합격하면 중앙경찰학교 졸업 후 예외 없이 경찰관으로 임용했는데 이제는 채용ㆍ교육ㆍ졸업 과정에서 합격자의 자질을 철저히 가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자질을 파악할 수 있는 인성테스트를 개발해 경찰학교 교육 중 수시로 시험을 치르게 할 계획이다.
또 채용 과정에서 면접 비중을 크게 높여 경찰관 입문 초입부터 강도 높은 자질 검증을 거치도록 할 방침이다.
성적만 좋으면 경찰관이 되는 기존의 틀을 확 바꾸겠다는 뜻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월 성매매업소나 불법오락실 업주와 유착해 돈을 받은 경찰에 대해 무조건 형사입건해 수사하는 내부비리 척결대책을 내놓았다.
검사 스폰서 사건으로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검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곱지 않다"고 밝히면서 검찰은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현재 대검 우병우 범죄정보기획관이 중심이 돼 검찰 개혁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전 부서에서 받고 있다. 현재 접수된 아이디어 중에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 제기를 할 때 이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사해 공소제기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11명의 일반 시민이 검사가 내린 불기소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본뜬 것으로, 검찰심사회는 최근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던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에 대해 기소 의견을 내 주목을 받았다.
검찰은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실행 가능하고 의미 있는 것을 골라 진상조사단의 결과가 나온 직후 발표할 방침이다.
또 수도권 평검사들 사이에선 친이계 등 여권 중심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이 추진되자 "검사가 비리에 연결됐기 때문에 공수처를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며 "최소한 공수처는 이제 검찰이 내놓을 카드가 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복수의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며 "장관 주도로 대검과 상의해 공식적인 방침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