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에서 나와 갈수 있는 곳은, 다시 업소로 돌아가거나, 집으로 돌아가거나, 쉼터에 입소하거나였다. 업소 그곳은 다시는 가기 싫고, 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쉼터는 그런 내가 편하게 갈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쉼터는 나와 같은 성매매경험여성들이 머무르는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집이다. 그 곳은 음식을 나누어 먹고, 방방에서는 수다를 하고, 마당에서 햇볕을 쬐는 가장 편안하고 넉넉한 집이다. 가끔 투닥투닥 다툼이 일어나도, 같은 집에서 부딪히다 보면 또 금방 괜찮아지는 그런, ‘사람 사는 집’이다.

비가 오면 비가 새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그 비도, 추위도 우리는 괜찮았다. 차가운 마루 바닥에서 뜨겁게 토해냈던 우리들의 이야기 만으로도 그 계절을 이길 수 있었고, 낡아지는 곳곳도 새롭게 단장하고, 닦아냈다.

쉼터는 나의 집이었고, 우리의 집이다. 내가 그랬듯이 그곳에 머무는 수많은 우리들이 가장 따뜻하고 넉넉한 공간에서 삶을 풀어내는 시작의 출발점이 될수 있기를.. 새집에서도 웃음소리로 곳곳이 가득 채워지기고, 머무는 우리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이는 그런 쉼터가 되기를...
성매매경험여성들이 가장 따뜻한 공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04년, 쉼터 백일홍을 심었던 ”떠드는 아이”